#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렵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과 다른 길을 가려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집단 혹은 공동체 사회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한 개인의 튀는 행동을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이런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15년 전쯤에 인기를 끌었던 한 광고가 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당신”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15년 전에 나온 광고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강한 슬로건이었다.

이 광고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모난 돌이 정 맞는’사회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내가 불행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남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내 고향인 제주도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연합고사를 치러야 한다.

내신 점수(50%)와 연합고사 점수(50%)를 합산하고 인문계 고등학교 정원수에 따라 커트라인이 정해진다.

커트라인에 미달이 될 경우에는 정원 미달인 시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기 때문에,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경쟁이 타 지역에 비해 치열한 편이다.

나는 비교적 성적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연합고사를 잘 치르지 못하더라도

내신점수로 커트라인을 여유롭게 넘길 수 있었지만,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공부를 하기 싫었다.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야간자율학습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3년 간 하루 종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였다.

명문대 진학에 큰 꿈도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외국어를 전공으로 할 수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원하던 특성화고에 진학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진학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다음 날 아침,

담임선생님께 “선생님, 저 관광고(현 제주고) 가려고요.”라고 말을 하는 순간 선생님은 욕을 하셨다(수업을 하실 때도 욕을 잘 하시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 당시에 내가 들어가려던 학교의 평균 내신 성적은 50~70% 정도의 학교였고,

내 내신 성적은 상위 3% 정도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물론 모든 선생님들께서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다.

선생님은 학부모 상담이 필요하다고 아빠를 학교로 부르셨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선생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내 의견을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무늬만 자율학습인 ‘억지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로 전교 1등을 하고,

장학금을 받고 다니겠다는 작은 딸의 진심을 믿어주셨다.

 

그렇게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나에 대해 수군거렸다.

‘누구는 인문계 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누구는 배가 불렀다’

‘내신 3%가 우리 학교에 왔다고 하던데, 제정신이 아닌가보다’이런 말들을 들어야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선택하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책임지는 사람도 나였기에 어느 누구도 내 선택에 관여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열여섯의  나이에 ‘억지 공부’가 싫어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나는 동조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동조란 ‘형식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어떤 특정인이나 집단에서 실제적이거나 가상적 압력을 받아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의견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1952년 4개의 선에 대해 길이를 비교하게끔 하는 유명한 ‘동조 연구’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인지된 집단 압력에 굴복해 자신들이 확실하게 믿고 판단하는 것조차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정답이 C인 매우 쉬운 문제가 있었고, 참가자 5명 중 4명이 모두 오답인 A라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자신 있게 정답 C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시의 실험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 중 75퍼센트가 적어도 한 번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 틀린 답을 말했다.

분명히 C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A라고 대답하게 되면 어떡하지?

내가 C라고 말하면 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게 화를 내지 않을까,

아니면 더 나아가 나를 조롱하지 않을까?

이 같은 걱정에 빠진 사람들은 다수의 편에 서기 위해 자신의 판단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동조 욕구에 대해 애시는 “남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들과 똑같이 표현을 하면서 동질감과 소속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터프츠대학 심리학자 샘 소머스는

“애시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틀린 답을 말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집단의 의견을 거스른다는 생각 때문에 괜히 스스로 불편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한테 옷을 어떻게 입고 머리를 어떻게 꾸미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시대나 지역을 반영하는 어떤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대부분 하나로 모아진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독립적인 개개인은 아니다.

동조하려는 경향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아마 그것이 우리 행동의 아주 미묘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일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직접적인 간청 없이도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행동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애시의 연구는 17개 국가에서 133번이나 재연되었는데, 그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개인의 정체성이 타자와 연결되어 발달하는,

소위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집단에 순응하는 비율이 개인주의 사회에서보다 높았다.

개인적 차이도 발생했는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집단의 영향력을 덜 받지만,

권위적 성격의 소유자는 그런 영향력에 더 많이 휘둘린다. 

 

이처럼 동조 연구에서 문화권이나 개인적 차이에 따라서 비율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본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찾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인간의 동기부여와 관련한 욕구를 5단계로 정의했는데

그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소속의 욕구’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추구하는 단계다.

남과 다른 길을 갈 때의 두려움은 ‘소속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서 오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오히려 축복이라 생각하라.

자신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영국의 수상, 마가렛 대처의 말이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길을 가는 것은 불행이며,

자신 삶의 주인이 아닌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던 우리는 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길을 가며 불행을 느끼고,

내 삶의 주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어떠한가?

내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첫 걸음이 깊은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라도,

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선택에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단지 소속감을 위해 남들과 같은 길을 가려 한다면 그 길을 포기해도 괜찮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도 괜찮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타인의 인정을 얻지 못할지라도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생각의 문법, 강준만 저, 인물과 사상사>

- <판단의 버릇, 마이클 J. 모부신 저, 정준희 역, 사이>





#포기해도괜찮아

#우리는왜포기하지못하는가

#포기하지못하는이유

#남과다른길을가는것이두렵다

#포기하고싶을때

#행복하고싶을때

#포기해야하는것

#포기하면얻는것들

#포기는또다른선택이다

#진로탐색하기

#퇴사고민

#행복

#스스로선택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