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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_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청춘 강프로 2018. 1. 2. 22:55

 

 

 

 

#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2016년 2월 29일, JTBC 뉴스에서는 청소년의 꿈에 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본 결과 1위는 아이돌이나 운동선수 등 문화체육인이 1위를 차지했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풍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오래 일할 수 있고, 연금이 나오는 등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교사와 대학 교수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안정성과 소득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 2위는 건물주였다.

그 이유 또한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많아지자 이들을 일컫는 ‘공딩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지원자는 약 22만 명이고, 그중 3천여 명이 고등학생이었다고 한다.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10대마저 안정을 추구하며 꿈이라는 것 없이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비자발적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이 30%가 넘는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공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나라 청년의 현 주소다. 

 


 

내 어릴 적 장래희망은 수도 없이 바뀌곤 했다.

과학자, 선생님, 경호원, 경찰, 조종사 등 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하는 장래희망은 해마다 달라지곤 했다. 

선생님과 경찰도 공무원이기에 나도 10대에 공무원을 꿈꾸던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이 없던 나에게 ‘장래희망’은 단지 뭐라도 써서 내야 하는 것에 불과했다. 꿈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그냥 놀기에 바빴다. 그러다 놀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대학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장래희망이 아닌 진짜 장래희망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게 없었던 나는 부모님의 권유대로 선생님을 적어서 내곤 했다.

부모님이 내가 선생님이 되길 바란 것도 딸이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항상 내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주셨지만, 그것은 내가 어떤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을 때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꿈이 없는 나에게 부모님은 공무원인 선생님을 권유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안정적이고 방학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선생님이 어떤 직업인지 옆에서 지켜봐온 나로서는 도저히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순간도 있고 보람을 느낄 때도 많겠지만, 성격이 좋지 못한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진짜’내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엄마와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패션쇼를 지휘하라, 함유선 저>를 읽게 되었고,

‘패션쇼 디렉터’라는 생소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살 끝자락에 대학을 중퇴했고,

패션쇼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3년 간 꾼 꿈을 직접 경험해보고서는 4개월 만에 포기했다).

그 직업이 안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평생할 일이라면

‘오랜 시간 재미를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의류학과에 재학하면서 집 근처에 있는 독서실에서 총무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다른 시간대에 총무를 하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7살의 오빠가 있었다.

패션쇼디렉터를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그 오빠의 주특기였다.

내가 어려서 세상이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지 모르고 이상만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로 여기며 자신의 생각들을 늘어놓는 것을 좋아했다.

아는 여자 후배가 있는데 ‘Daum’에 다닌다가 그만두고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둥,

나와 동갑인 자신의 친동생도 대학을 가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둥 나를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누군가가 나보다 인생을 더 산 사람으로서 나에게 좋은 마음으로 조언을 해줄 때에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있고, 내가 가려는 길은 오답이라는 듯 훈계하는 오빠의 말을 듣다 보니 자꾸 말대꾸를 하게 됐다.

현재 경찰 공무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그 오빠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절반이 공무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무원이 되어 나랏일을 하거나 공무원 시험만 준비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나라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살겠다고 한다.

세금을 낼 국민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바로 공무원일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비록 지난 5년 간 직장을 계속 옮겨 다니고, 직종도 몇 번을 바꾸며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수록 내가 성장한다는 믿음이 생겼고 내 삶을 더 잘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때는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이 안정적인 삶을 위해 공무원을 꿈꾸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공무원이 되려는 것이 잘못된 길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무원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공무원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이 줄어드는데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의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공무원의 자리를 대체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는 공무원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을 받고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직업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무엇을 해도 불안정한 사회라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시간과 노력으로 더 값진 경험을 쌓아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예전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면

더 나은 내가 되는 동시에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사는 삶 보다는 훨씬 가치 있지 않을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언제 나에게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다.

무작정 안정적인 직업을 갖거나 그런 직장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다보면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방향을 설정하고 삶의 주인이 되어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그 과정이 안정적인 삶으로 인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