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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_ 하고 싶은 것이 없다

청춘 강프로 2018. 1. 3. 22:21

 

 

 

 

 

#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했던 말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는 20대 이상 남녀 928명을 대상으로

<하고 싶은 일(직업)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전체 응답자 중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52.2%에 그쳤고, 나머지 47.8%는 '없다 혹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중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를 찾지 못한 이들이 절반에 가깝게 많은 것이었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대 응답자중 하고 싶은 일이 '없다/모르겠다'는 답변이 52.4%로 과반수이상이었고,

30대 중에는 45.7%, 40대 중에는 34.6%로 높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있는 성인들 중 최소 3분의 1 이상은 하고 싶은 일이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사회가 된 것일까?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거나 경험해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스무 살인 내 남동생은 경제학을 전공으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비교적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리한 수시전형으로 지원을 했다.

수능 전에 발표가 나서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며 수능 당일에는 당당하게 언어영역만 보고 나와 버렸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많은 질문을 했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경제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 중에 ‘경제’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수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대학을 왜 갔는지 물어보면 ‘친구들 다 가니까’혹은 ‘어른들이 가라고 하니까’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있었다면 ‘대학가서 노는 것’정도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이와 비슷하게 대학에 들어가지 않을까?


또 다른 스무 살 예지는 작년 겨울 내가 고용했던 알바생이다.

기업 내에서 브랜드 제품 촬영을 혼자서 맡고 있는 나는 시즌마다 주어지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몇 개월씩 알바를 고용한다.

작년 12월도 2016년 봄 상품 촬영을 대비해 알바를 뽑는데, 지원자 중에 유일하게 고등학생이었던 예지가 지원해서 면접을 봤다.

예지는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 보였지만, 업무가 많은 나로서는 경력이 있는 알바생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고민을 하던 찰나에 16살부터 수많은 알바를 하며, 여섯 번째의 직장을 다니기까지 고졸에 경력도 없는 나를 믿고 뽑아주신 분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알바조차도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 예지를 뽑기로 결심했다.

예지는 영상미디어 특성화고를 다녔지만, 대학은 영상이나 사진 분야로 지원하지 않았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취업률이 높은 과에 진학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방사선학과로 입학을 해서 방사선사가 싫지는 않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은 없다고 투덜대곤 한다.

난 그런 예지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잔소리를 한다. 




이렇게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나도 여느 친구들과 다르지 않은 10대를 보냈다.

친구들보다는 훨씬 여유로웠지만 학교에서 배워야하는 공부 이외의 다른 것을 경험해보거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당연하고, 학생의 본분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저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대학 전공을 선택했던 나는

책을 보다가 그냥 ‘멋있어 보이는’일을 ‘하고 싶은 일’로 정해놓고 공부를 했다.

표가 있었기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을 그만 두었다. 


일을 빨리 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학을 중퇴하고 경험한 것은 내 삶에 있어서 신의 한 수였다.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이다.

열정과 패기만으로 그토록 원하던 패션쇼 기획/연출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노력을 하고 난 뒤에 사고 없이 행사를 잘 마치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남는 게 없다는 허무함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카메라를 잡게 된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며 방송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수록 내 호기심은 꼬리잡기를 하듯 새로운 꿈을 발견해냈고,

스물다섯 살인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삶의 청사진을 그리게 되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삶을 찾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은 탓에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 친구들을 보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친구보다는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친구가 더 많다.



 

앞서 언급했던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은 스무 살, 대학생,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30대, 40대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하여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장영하 자문위원은 "직업을 찾는 과정은 '행복'을 찾는 과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며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 이를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조언했다.

"직업이란 누군가에게는 출발점을 설정하고 최선의 실행과 질문을 반복해 가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발견해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성공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성공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많은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성공했으니까 듣기 좋은 위로와 격려를 한다고 생각했고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직업 자체를 가지기가 힘든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가지는 것은 사치라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 직업은 평생 동안 생계를 유지해줄 수단이 아니라,

내 인생의 출발점을 설정하고 스스로 질문을 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발견해가는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었다.

돈도 없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없는 나는 내 삶에 만족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명수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일은 없고 그저 놀고만 싶다면,

놀면서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길 바란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좋다.

사소한 호기심이나 흥미가 내 인생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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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는또다른선택이다